일본 제국주의와 관련하여 러일전쟁, 민주사변, 중일전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러일 전쟁: 동아시아 패권을 둘러싼 제국주의 충돌
러일 전쟁(1904~1905)은 일본 제국주의의 확장을 본격화한 첫 번째 국제 전쟁이었다. 당시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화를 통해 자국의 국력을 강화하였고, 조선과 만주 지역을 두고 러시아 제국과 충돌하게 된다. 일본은 청일전쟁(1894~1895)에서 승리한 이후 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넓혔지만, 삼국간섭(러시아, 프랑스, 독일)으로 요동반도를 반환해야 했던 경험에서 제국주의 열강의 위협을 절감하게 된다.
러일 전쟁은 1904년 2월 일본이 러시아의 극동 함대가 주둔해 있던 뤼순항(포트 아서)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사실상의 선전포고 없는 침공이었다. 일본군은 뤼순항 공략을 포함해 육해에서 러시아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고, 1905년에는 러시아 발틱 함대를 대한해협에서 전멸시키는 대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세력을 몰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1905년 포츠머스 조약으로 전쟁이 종결되었고, 일본은 사할린 남부, 뤼순항, 만주 철도 일부의 이권, 그리고 조선에 대한 우월권을 확보했다. 이 전쟁은 아시아 국가가 서양 열강을 상대로 승리한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지만, 동시에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욕이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드러난 사건이었다. 일본은 이 승리를 계기로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조선에 대한 병합 및 대륙 진출의 명분으로 활용하게 된다.
만주사변: 자작극을 통한 대륙 침략의 신호탄
1931년 9월 18일, 일본 관동군은 만주에 주둔하던 자국 철도인 남만주철도 일부를 폭파시키고 이를 중국군의 소행으로 몰아 침략의 구실로 삼는다. 이른바 ‘만주사변’이다. 실상은 일본군의 자작극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일본은 곧바로 만주 전역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달 만에 일본은 만주 대부분의 지역을 장악했고, 1932년에는 괴뢰 국가인 ‘만주국’을 수립했다. 이 국가는 명목상 푸이를 황제로 옹립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일본군의 통제 아래 있었다.
만주사변은 일본이 국제 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무력으로 대륙을 침략한 사건이었다. 국제연맹은 이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고, 1933년 리튼 보고서에서 일본의 침략행위를 인정하고 만주국의 독립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일본은 국제연맹을 탈퇴하면서 더욱 고립된 길을 선택한다. 이것은 일본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파시즘 국가들과의 연대를 모색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만주사변은 단순한 영토 확대를 넘어서, 일본 제국주의의 새로운 단계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일본은 이때부터 '자급자족 경제권'이라는 구호 아래 식민지 자원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대륙 침략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1930년대 중반에는 화북 지방까지 영향력을 넓히며 중국 내전의 혼란을 틈타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중일 전쟁: 전체전으로 번진 침략의 절정
중일 전쟁은 1937년 7월 7일 발생한 루거우차오(노구교) 사건을 계기로 전면전으로 확산되었다. 일본군이 북경 외곽에서 훈련 중이던 자국 병사가 실종되었다는 구실로 중국군과 교전을 벌이면서 시작된 이 사건은, 곧 대규모 전쟁으로 비화되었다. 일본은 빠른 승리를 예상했으나 중국 국민당 정부의 강력한 저항과 국민적 결집, 그리고 광범위한 전선 형성으로 인해 전쟁은 장기화되었다.
중일 전쟁은 도시 점령, 학살, 화학무기 사용 등 현대 전쟁의 참혹함을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가장 악명 높은 사건은 1937년 12월 일본군이 난징을 점령한 후 자행한 ‘난징 대학살’이다. 약 30만 명에 달하는 중국 민간인이 학살당하고, 수만 명의 여성이 강간당한 이 사건은 일본 제국주의의 잔혹함을 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되었다.
일본은 전쟁 비용과 병력 소모가 커지자 국내적으로도 군국주의를 더욱 강화하였고, 1940년대에는 미국 및 서구 열강과의 전면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일본의 중국 침략에 반발한 미국이 철강, 석유 등 전략 물자의 수출을 중단하면서 일본은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린다. 결국 중일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아시아·태평양 전선의 도화선이 되었고, 일본이 미국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태평양 전쟁으로 확산되었다.
러일 전쟁, 만주사변, 중일 전쟁은 일본 제국주의가 대륙으로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핵심적인 전쟁들이다. 각각의 전쟁은 단순한 국지적 분쟁을 넘어서 일본의 팽창주의, 자원 확보, 식민지 통치라는 근본 목적을 담고 있으며, 아시아 전체에 엄청난 고통과 파괴를 초래했다. 일본은 초기의 승리와 확장을 통해 일시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점차 국제 사회의 고립과 내부 자원의 한계에 봉착하며 결국 파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 세 전쟁을 통해 우리는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비극과, 침략 전쟁이 초래하는 참상을 똑똑히 알 수 있다. 오늘날에도 이 전쟁들은 한·중·일 간의 역사 인식 갈등의 근원이 되고 있으며, 평화와 화해를 위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