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바라보며 인간은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존재할까?” 이 질문은 과학적 탐사의 방향을 결정짓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고, 결국 ‘외계 행성’, 즉 태양계 밖의 행성들을 찾는 여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외계 행성의 개념부터 탐사 방식, 그리고 생명체 존재 가능성까지, 인류가 ‘또 다른 지구’를 찾아 나선 여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외계 행성이란 무엇인가?
‘외계 행성(Exoplanet)’이란 우리 태양계 바깥에 존재하는 행성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태양이 아닌 다른 별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는 행성들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1992년, 최초로 펄사 주변에서 외계 행성이 발견된 이후, 1995년에는 항성 ‘페가수스자리 51번(51 Pegasi)’ 주위를 도는 외계 행성이 처음으로 일반 항성 주위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이 발견은 외계 행성 탐사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NASA를 비롯한 여러 천문기관들이 외계 행성 탐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2025년 기준으로, 확인된 외계 행성의 수는 이미 5,000개를 넘어섰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가스형 행성’이거나 인간이 살기에는 부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일부 행성은 지구와 유사한 ‘암석형’ 행성으로 확인되어 과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외계 행성의 특성을 분류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행성의 질량, 크기, 공전 궤도, 그리고 항성으로부터의 거리가 있습니다. 이 중 항성으로부터의 거리는 해당 행성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이를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라고 부르는데, 너무 덥지도, 너무 춥지도 않아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합니다.
외계 행성은 어떻게 발견하는가?
외계 행성을 직접 관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행성은 대부분 중심 별에 비해 너무 작고, 그 빛도 별의 빛에 가려 쉽게 구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다양한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외계 행성의 존재를 추정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트랜싯(Transit) 방법입니다. 이 방식은 외계 행성이 항성 앞을 지나갈 때 항성의 밝기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포착해 그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과 같은 장비가 이 방식을 통해 수천 개의 외계 행성을 발견했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도플러 효과(Radial Velocity)를 활용한 기법이 있습니다. 외계 행성이 항성을 공전하면서 끌어당기는 미세한 중력의 변화로 인해, 항성의 스펙트럼에 미묘한 주기적인 변화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행성의 질량과 궤도 주기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직접 촬영(Direct Imaging) 기술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로 강력한 적외선 카메라와 별빛을 차단하는 '코로나그래프' 같은 장비를 이용해 별빛을 가리고 주변의 미세한 광원을 포착하는 방식입니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차세대 우주망원경이 개발되면서 점차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외계 행성의 대기를 분석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이 망원경은 행성 대기를 통과한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이산화탄소, 수증기, 메탄 등 생명 활동의 흔적일 수 있는 분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구와 닮은 ‘제2의 지구’는 존재할까?
외계 행성을 찾는 궁극적인 목적 중 하나는 지구와 유사한, 즉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을 찾는 것입니다. 이를 흔히 ‘제2의 지구(Earth 2.0)’라고 부릅니다.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춘 행성을 유망한 후보로 간주합니다:
암석형 행성일 것
지구와 유사한 크기와 질량
골디락스 존에 위치하여 액체 상태의 물 존재 가능성
안정적인 항성 주위에서 공전할 것
이 조건을 바탕으로 발견된 대표적인 후보 중 하나는 TRAPPIST-1 행성계입니다. 이 시스템은 지구에서 약 40광년 떨어져 있으며, 무려 7개의 행성이 골디락스 존에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특히 TRAPPIST-1e, f, g는 액체 물과 대기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져 집중적인 관측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유명한 행성은 Kepler-452b입니다. 이 행성은 지구보다 약간 크며, 태양과 유사한 항성 주위를 공전합니다. 하지만 거리가 약 1,400광년이나 되어 현재 기술로는 직접적인 탐사가 불가능합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지구와 유사한 외계 행성을 찾는 과정에서 단순히 ‘지구 복제’를 찾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의 다양성’을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극한 환경에서도 생존 가능한 생명체, 즉 극한 미생물(extremophile)의 존재는 생명의 경계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깨뜨리며,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의 범위를 넓혀주고 있습니다.
외계 행성 탐사는 인간이 가진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과학적 집념이 만들어낸 위대한 여정입니다. 아직까지 ‘또 다른 지구’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매일같이 늘어나는 데이터와 발전하는 기술은 우리가 그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먼 미래, 우리는 실제로 지구 외 생명체와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때를 대비해 우리는 계속해서 질문하고, 관측하고, 우주를 향해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